단테의 달의기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불이 꺼진 복도가 보인다. 벽과 바닥에서 무수히 피어나고 있는 꽃의 청청한 향기가 코를 찌른다. 그곳에는 꽃잎에 침식되어가는 직원들이 졸린 듯 눈을 감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옮기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직원들을 엘리베이터로 모두 옮겼을 때쯤. 복도 중앙에서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패닉에 빠져 몸을 웅크리고 있는 직원과... 도자기 인형 같은 눈이 없는 괴물이 보였다. 그때 괴물의 발밑에서 커다란 꽃 하나가 피어났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을 엘리베이터로 옮겼다.
어느새 눈이 없는 괴물의 발밑에는 커다란 꽃이 하나 더 피어나고 있었다. 구할 수 있는 직원은 모두 구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제압을 시도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수감자들과 함께 가까이 다가간 순간, 괴물의 발밑에 다시 한번 꽃이 피어났다. 천장에서 청청한 잎이 자라나더니, 분홍색 꽃이 비처럼 아래로 내려왔다. 휘몰아치던 꽃잎이 시야를 가린 순간, 수감자들이 일제히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다. 꽃잎이 잠잠해졌을 때, 이미 괴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복도를 가득 채운 이질적인 향기가 불안함을 가중시킨다. 쓰러진 직원들에게서 도움이 될 법한 물품을 챙긴 뒤, 도망쳤다.
직원들을 두고 돌아간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복도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