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해안가의 가파른 절벽 위. 거센 풍랑 사이로 한 노인이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무엇을 하냐고 물으니, 노인은 뒤를 돌아보곤 쾌활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한 때 이베리아의 눈으로 바다를 비추던 등대지기였지." "그래서 저 파도 너머에 있는 등대를 바라보고 있다네."
노인이 가리키는 방향에 등대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높은 파도가 연신 절벽을 두드릴 뿐이다. "찬란하게 저 넓은 바다를 비추던 그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네." "고요함이 지나간 뒤, 이베리아는… 너무나 적막하고 어둡지 뭔가." 노인은 손에 쥔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안타까운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허허허..." "너무 걱정 말게나. 등대는 이 절벽보다도 더 드높았거든." "등대지기에게 이런 절벽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네." "그래도… 그래… 날이 어두워졌으니, 슬슬 돌아가 봐야겠구만." "자네들도 좋은 여행 되시게." 노인과 작별하고 절벽에서 내려왔을 때쯤, 뒤에서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 절벽 위에는 노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노인을 뒤로한 채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 돌아본 절벽 위에는 어느새 사라졌는지, 노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