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떠들썩한 광장. 주민들이 한데 모여, 한 사람을 둘러싸고 위협하고 있다. "사악한 주술사가 사라졌는데도 왜 재앙이 끝나질 않는 거지?" "바른대로 말해! 찬란했던 이베리아의 번영이 그렇게나 눈꼴 시렸어? 너희가 몰고 온 재난만 아니었어도 우리는…" "저… 저는 그냥… 연구 자료를 주려고…" "바다 괴물을 상대하는 법? 이따위 허무맹랑한 연구가 이제 와서 다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군." 이곳의 주민들은 에기르를 따라 재난이 왔다고 굳게 믿고 있다.
에기르라는 신분은 이미 죄명이 되었다. 외지인인 우리가 함부로 참견하기에는 그 이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망설이는 사이, 일방적인 폭력이 에기르인을 덮쳤다. 뒤늦게 달려갔지만, 이미 짓밟힌 그의 마음은... 바닥에 흩뿌려진 종이와 달리 다시 주울 수 없어 보였다. 우리가 떠날 때까지, 공허한 눈빛의 에기르인은 홀로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옮겨붙는다. "사악한 주술사가 고요함을 일으켰다." "그는 우리를 위해 주는 척했지만, 결국 이베리아의 눈부신 번영을 시기했을 뿐이야." "우리를 말리지 마, 외지인." "이들도 그 주술사와 똑같은 바다에서 이곳으로 왔다." 반발하는 수감자들의 눈에 굶주린 채, 피폐해진 주민들이 보였다. 비어 있는 천을 소중하게 껴안고 있는 한 주민이. 어울리지 않는 지팡이와 모자를 손에 쥔 어린아이가. "…저 사람들은 소중한 것을 잃었어."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앞이 보이지 않아." "감정을 쏟아내지 않으면 버틸 수 없거든." 이들은 슬픔을 해소하고 있었다. 이베리아를 집어삼킨 그 거대한 재난에서… 그 어떤 감정도 의도도 읽을 수 없었기에. 그저 같은 바다에서 온 이들을 향해 길 잃은 분노를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 "그러니… 누군가는 그들이 세운 날이 향할 방향을 바로 잡아야 할 거야." <아이린?> "물러서도록 해, 시민." "그자에게 설령 죄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집행하는 건 재판소의 소관이어야 해." "죄가 없다면, 더더욱 너희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어." 군중들은 아이린의 말에 고민에 잠긴 표정으로 에기르인에게서 멀어지다가… 이내 흩어지듯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에기르에서 왔습니다." "고요함 이후에… 육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본과 명흔에 대한 연구를 이어 나갔죠." "같이 연구하던 동료들은 지금 어디 갔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군요." "저들이 바라지 않는 것을 주어서 무엇하겠습니까." 그는 이베리아의 상황을 마주하고, 의욕을 잃은 듯 보인다.
"저희 고향, 그러니까 에기르의 상황도 좋지 못한 상황이에요." "지금은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지만… 곧 한계에 몰릴 테죠." "육지 사람들과 힘을 합쳐야 할 텐데… 이래서야 요원한 일이네요." 그는 쓸쓸한 눈빛으로 자신의 연구 자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에기르로… 돌아갈 방법도 찾아봐야겠어요." "위태롭다고 해도, 고향의 편안한 집이 그립네요." 연구 자료를 품에 넣은 에기르인은 터덜터덜 어딘가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