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숲 한가운데 여린 나뭇가지 하나가 놓여져있다. 그 위에는 초록색의 빛을 내고 있는 작은 요정이 앉아있다. 요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여기로 와서 쉬고 가라는 듯한 손짓을 하고 있다. 요정은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다.
요정은 더 가까이 오라는 듯이 손짓 한다. 더 편하고 아늑한 자리로 안내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먼 여정으로 인해 지친 발이 점점 아파오고 있었기에.
어떻게 할까?
웃고 있던 요정의 입이 찢어지듯이 길게 늘어뜨려진다. 뭔가 이상한데? 라고 누군가 말을 내뱉기도 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외형만 보고 무언가를 함부로 믿어선 안된다는 걸 알았음에도, 속절없이 속아버렸다고. 잠자코 그 대가를 치룰 수 밖에.
주춤하는 기색을 눈치챘는지 요정이라고 믿고 싶었던 그것은 순식간에 우리에게 달려든다. 간신히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지만, 믿음에 배신 당한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런 곳에 함부로 발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나아가려는 우리를 붙잡으려는 듯 가지들이 엉켜왔지만, 간신히 피해 나갔다. 이제 요정의 손짓에 감춰진 의미를 알게 되었다. 세상에 공짜 선물은 없는 법이지, 라고 누군가 중얼거린다.
요정의 손짓을 무시하고 제자리에서 짧은 휴식을 가졌다. 휴식을 끝마치고 보니, 우리를 포위하듯이 가지들이 엉켜있다. 가지를 빠져나가며 함정의 일부를 손에 넣는 것에 성공했지만. 휴식이 무색하게도, 전보다 더 지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