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시멘트 방이다. 하지만 무언가 있는 것만 같이 오싹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다른 수감자들은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 코웃음을 친다. 방에는 스위치 하나가 놓여져 있다.
스위치를 누르자 방안에 불이 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무언가 지글거리는 형상이 나타났다. 이것은 빛과 반대로 움직이기에 빛이 없어야 보인다. 그렇다고 그것에게 빛이 보이는 것 또한 아니다. 마음 속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었다. 빛의 스펙트럼으로는 이것을 담을 수 없고 담으려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은 다른 차원에 있으며, 그렇기에 다른 차원을 통해서야만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어떻게 할까?
이것에 들어간, 혹은 내어진 수감자의 손은 녹아내리면서도 녹아내리지 않는다. 지금의 손은 없어졌고 다른 차원의 손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목에 무언가가 걸려있었다. 야간 투시경이다. 이거라면, 앞으로 칠흑 같은 어둠을 만나더라도 조금은 괜찮아질 것이다.
인기척을 무시한 채로 방을 벗어나기로 했다. 거봐, 아무것도 없잖아! 누군가가 타박을 뱉었지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가만히 있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