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어두운 이곳은 공장일지 모른다. 날카로운 기계음이 울려 퍼진다. 형광빛의 눈과 같은 조명이 나를 바라본다. 로봇은 천천히 다가온다. 완성되지 않았는지, 움직일 때마다 전선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와 있다. 끈덕지게 흐르고 있는 저건 부동액일까, 아니면 피일까. 그때, 로봇의 가슴에 있는 단말기가 번쩍였다. 무언가를 입력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봇은 힘겹게 양팔을 들어 올린다. 단말기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출력된다. <환영합니다, 손님. 마을 견학은 즐거우셨습니까? 기념품을 증정해 드립니다.> 단말기는 웃고 있지만 로봇의 몸짓에서 살려달라는 아우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로봇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런 말을 출력했다. 반대쪽으로 까딱이지 않는 고개를 계속해서 들어 올리려 시도하며, 다음 말을 출력한다. <혹시 손님은 마을을 견학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대답을 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기념품을 증정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단말기가 위로 덜컹거리며 열리더니, 기계 팔이 튀어나와 내게서 무언가를 잡아채려 했다. <기념품 압수에 협조하십시오! 거짓말은 나쁩니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피하자, 기계 팔의 속도는 더욱 빨라져 갔다. <협조하지 않을 경우, 규칙A62GBFE1에 의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는 그것은 멈출 것 같지 않았기에, 나는 넘어지듯이 그곳에서 달려 빠져나왔다.
<그렇다면 견학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로봇은 그 말을 출력한 뒤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망가진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단말기가 번쩍였다. <관리자 호출을 계속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습니다.> <시스템 이상, 시스템 이상.> <재부팅 중…> 그러고는 파란 화면에 무언가 복잡한 말을 계속해서 뱉어낼 뿐이었다.
단말기가 붉게 변하고, 경고음이 울려 퍼진다. 로봇은 괴로워하듯 격하게 진동한다. <잘 가요. 잘 가, 잘가잘가잘가잘가잘가잘가잘가잘가잘가> 단말기에 한 가지 단어만 빽빽하게 차더니, 부품들과 살점을 뿜어내며 눈앞에서 로봇은 폭발했다.
로봇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다. 겁에 질렸다기보다는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단말기에 적힌 단어의 의미를 알아차린 걸까? <적대적 개체 감지, 적대적 개체 감지.> <규칙 D63ICRQ1에 의해 퇴거 절차를 이행합니다!> 로봇이 양팔을 맹렬하게 휘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