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향기와 악취가 뒤섞인 동굴이다. '오랜만의 손님이군! 뭐라도 대접해야 할 텐데.' '여기서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어버린 것 같아서 말이지.' '보다시피, 남은 건 손에 든 요정주 한잔이야.' '요정주라도 한잔할래?' 두툼하고 끈적한 손이 이쪽을 향한다.
역겨운 냄새가 가득한 잔이다. 곰팡내 가득한 신발에 꽃향기 탈취제를 뿌려 새로 생겨나는 냄새와 같다. 잔에 담긴 액체에는 요정들의 팔다리가 떠 있다. '양껏 들게!'
한 잔이라고 해도 꽤 커다란 잔이다. 모두와 함께 나누어 마실까 싶어, 천천히 나누어 마셨다. 기분 나쁜 촉감이 목구멍을 괴롭혔지만, 생각보다 맛은 좋았다.
목이 마른 자가 모두 마시게 했다. 생각보다 맛은 좋았다고 하지만,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하고 있다. 기분 나쁜 촉감이 목에 남아있다는 듯하다. 종종 씹히는 작은 요정의 몸체가 비릿하다고도 한다. 갈증은 해소된 듯하지만, 무언가 다른 문제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호의였을지 모르는 제안을 거절한다. '그래? 사양하진 않아도 되는데.' 초록빛 덩어리는 다시 물어볼 필요는 없다는 듯 잔에 든 내용물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냥 보내긴 그러니, 이 잔이라도 가져가는 건 어때?' 잔을 받아보니, 안에는 아직도 초록빛 물체가 차 있었다. 무얼 마신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두툼한 손에 쥐여진 잔이 바닥에 떨어진다. 요정들의 팔다리와 초록빛의 액체가 사방에 흩뿌려진다. '손님이 아니라 진상이었군.' 덩어리의 배에 있던 입이 쩍 벌어지더니, 시큼한 냄새의 액체가 우리를 향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