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분홍색으로 칠해진 문틀 앞에는, 두껍고 굳게 닫힌 유리문이 있었다. 그 위에 달린 전광판이 갑작스레 번쩍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무어라 답해야 할까.
'훌륭하네요!' 전광판이 초록색으로 번쩍거리더니, 문이 덜컥하고 열렸다. 그대로 지나가면 될 것 같다.
'당신을 행복한 곳으로 데려다 줄 분홍신이 있습니다.' 전광판이 붉게 번쩍이며 말했다. '신어보시겠습니까?'
긴급 시술 장치유리문이 열리자, 그 안에 분홍빛 구두가 놓여 있었다. 구두를 신자, 다리부터 리본이 휘감아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온몸이 조여오지만, 그 감각이 나쁘지는 않다.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분홍신의 멋짐을 피하지 마세요!' 불길한 기분이 들어 뒷걸음질을 치자, 문 안쪽의 불빛이 덜컹, 하고 꺼졌다. '그것은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겁니다!' 전광판이 미친 듯이 반짝거리고, 분홍 리본에 휘감긴 사람들이 문 뒤에서 흐느적거리며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