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이번 시즌 신상에 관심이 있나?" 르누아르 메종을 둘러보던 중, 온몸을 검은 원단으로 감싼 점원들이 다가왔다. "보는 눈이 있군. 씨실과 날실의 균형이 정교한 옷이지." "조직이 치밀한데도 뻣뻣한 기색 없이 부드러운 원단의 장점을 제대로 살렸고." "땀수는 무려 32땀이나 되지. 설령 지하층을 뒹굴어도 해지지 않을 옷감… 바로 우리 브랜드의 시그니처다." "붉은 것들이 얼기설기 엮어놓은 허접한 살점 뭉텅이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지." "어때, 구매하겠나?"
"흠… 눈알이 없다고?" 우리가 내민 동전을 본체만체하던 르누아르 점원이 말했다. "소꿉장난도 아니고… 이런 걸 왜 모으고 다니는 거지?" "우리 르누아르 메종의 격에 맞는 고객들은 확실히 아니군." "시간 낭비했어. 출구는 저쪽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