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낡은 녹음기에 색바랜 라벨이 붙어있다. <로보토미 코퍼레이션 ■■지부 생존자 면담 기록> 재생 버튼은 누군가가 수백 번 누른 것처럼 유달리 닳아 있다.
“■■■■ 연구원님. 면담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의미 없는 질문이군. 어차피 시작하는 건 자네 마음 아닌가?” ”하하…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에 있었던 ■■, ■■ 사건 당시… 어떤 상황이었죠?” ”회사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100초 후 매몰이 시작된다는 안내 방송이 들렸지.” ”100초… 짧은 것 같긴 해도, ■사에 적용되었던 기술들을 생각하면, 그 시간 내로 나갈 수 있는 여러 이동 장치가 있었을 텐데요.” ”자네도 알다시피 ■■■ 지부는 제법 규모가 컸어. 당연히 위험등급이 높은 환상체도 많았지. ■■■ ■■■나 ■■처럼.” ”당연히 그중에는 시설을 장악하는 개체도 있었네.”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대부분의 시설이 정지한 상황에서, 탈출용 포드 하나가 도착하더군.” ”그 자리에 있던 이들 중, 살아남았을 때 가장 가치가 높은 사람이 나였네.” ”다른 이들도 이성적으로 내가 탈출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지.” ”그뿐일세.” ”…굉장히 평온하게 말하시네요.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라도 하는 것처럼요.” ”쓸데없는 말을 붙인들, 사건의 본질이 변하는 건 아닐세.” ”괜한 감정을 섞어 이야기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잖나.” ”그들에게 미안하다는 감정이 들진 않으신가요?” ”전혀.” ”그런 건 사과를 받아줄 이가 있을 때나 품어야 할 감정이지.” ”지금의 내게 그런 감정은 불필요할 걸세.” 그 뒤로도 연구원은 덤덤하게 모든 질문에 답했다. 곧 재생되던 녹음기가 거친 소음과 함께 침묵하고, 공허한 정적만이 남았다.
때로는 마주하지 않는 것도 방법일 거다. 녹음기를 무시하고,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