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격리실의 문은 열어젖힌 채였다. 그 안에는 우울에 휩싸인 채 바닥에 쓰러져 중얼거리고 있는 여자 아이가 있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있어."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어느 한 쪽만 있을 순 없는 거야." "나는 선하니까, 다른 것들은 악해." "선택받았어." "내가 필요 없다는 거야?" "평화는…싫…어?" 불안, 강박, 집착, 피폐. 그러한 키워드가 근처를 떠다니기라도 하는 듯, 온갖 어두운 기운이 그 주변을 맴돈다.
"…그렇네." 소녀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불안에 떨던 모습을 뚝하고 멈추더니… "평화롭지 않으면, 나는 또 다시 존재할 수 있어." 공중으로 천천히 부유해, 어디서 생겼는지 모를 푸르른 창 여럿에 꿰여진다. 이윽고 그 안에서는 새로이 부화하듯, 기괴한 뱀의 형태를 한 것이 나타나 격리실 바깥으로 빠르게 기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