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싸늘해진 복도에서 고개를 들면, 하얀 나비들이 가득하다. 날개가 달렸음에도 나비는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한 채, 복도를 떠돌고 있다. 유난히 오래 머무는 곳으로 걸음이 닿으면, 투명한 유리 너머 커다란 관이 보인다. 그것은 한 명이 눕기엔 과해보이지만, 또 여럿이 눕기에는 턱없이 작았다. '관 하나가 쓸쓸히 놓여있소' '으으, 관이라니… 찝찝한 기분이 들어요. 만지면 안되겠죠?' '만지지 않는 편이 안전하겠지만… 안에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 수도 있겠죠.'
문 너머에 있는 관을 향해 그저 엄숙히, 애도를 표하고 지나갔다.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을 타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나비들이 춤을 추듯 다가온다. 그것이 비통한 몸부림인지, 애도를 위한 날갯짓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담담하게 무언가 왔던 곳으로 온전히 돌아갔음을 나비를 보며 떠올린다.
관 안에는 차갑게 죽은 나비 하나가 침묵 속에 가만히, 그저 가만히 머무른다. 끝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듯 부질없는 날개짓을 반복하던 새하얀 나비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죽음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실은 아무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