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움푹 패인 땅에 물이 잔뜩 고여있다. 그곳에는 무언가가 연신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얕은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목이 없는 물고기가 보인다. 목이 없음에도 물고기는 생기 넘치는 몸짓으로 물을 찰박거린다. 그것은 고통에 의한 발버둥일까. 아니면, 그저 물을 만나 신난 몸짓에 불과할까.
물웅덩이에 엎드려 물고기를 따라 찰박거렸다. 몇몇 수감자들도 함께 찰박거렸다. 어쩐지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 같다.
피가 고인 저 주머니가 물고기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 같다. 안에 잔뜩 고인 피를 빼내 주면, 더 기분 좋게 찰박거릴 수 있지 않을까? 수감자들에게 피주머니를 터트리라고 명령하자, 물고기는 분노한 듯 우리에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물 위에서 찰박대는 것과 피주머니는 관련이 없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