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인적이 끊긴 여관. 아무도 없는 부엌에서 고소한 스튜 냄새가 흘러나온다. 냄새를 따라 들어가면, 안에는 솥 처럼 생긴 머리를 가진 도마뱀이 웅크리고 있다. 머리 안에는 뜨거운 불과 함께 작은 솥 하나가 걸려있다. 안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고아진 스튜가 솥 안에서 펄펄 끓는 중이다. 스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솥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렁이는 화롯불이 말을 걸어왔다. '이곳엔 더 이상 스튜를 먹을 사람이 없어.' '솥을 꺼내줬으면 해.'
솥을 꺼내기엔 너무 무겁고 뜨거워 보인다. 수감자들과 상의 끝에, 스튜를 먹어 치우기로 했다. 수감자들이 말하길 삶은 고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야채 맛이 난다고 한다. 스튜는 평범하게 맛있었던 모양이다. 화롯불도 만족했는지, 더 이상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솥이나 스튜보다는 말하는 불꽃이 더 귀중한 것 아닐까? 수감자들과 상의한 뒤, 화롯불을 데려가기로 했다. '응? 나, 나를 데려간다고? 왜?' '왜, 왜 데려가는 거야?' 불꽃은 연신 의문을 표했지만, 마땅한 답을 주진 못했다. 생각해보면 대답해도 째깍거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을 것 같다. 별다른 말 없이 걸음을 서두르자, 화롯불도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