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이곳은 병원이다. 어둡고 스산하지만, 본래 병원의 복도는 언제나 그래왔다. 점등이 점멸하는 심야의 복도 끝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온다. 일정한 속도로 미끄러지듯 다가오는 그것에겐 녹슨 바퀴가 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먼지가 잔뜩 쌓인 병원 침대와 단단히 감겨져 있는 이 자는 과거의 환자였던 걸까. 문득 병원에 누워있는 시간을 가늠하는 것 조차 의미 없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은 마침내 침대 째로, 움직이게 되었다.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특혜를 이제야 누리게 된 그것은, 맹렬히 바퀴를 끌며 우리에게 돌진한다.
바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즘, 도망을 멈추고 뒤를 돌아 보았다. 그것은 쫓아오기를 포기한 듯 복도에 가만히 멈춰 서 있다. 언젠가 침대가 꺼지고 바퀴가 더 이상 굴러가지 못할 정도로 망가진 다음에야, 그것은 병원을 벗어날 수 있겠지. 겨우 몇 발자국을 걸은 것만으로도 나는 병원 복도를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