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오로지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골목길. 단 하나의 가로등 만이 그 길을 비추고 있어, 흑백의 풍경은 더 아릿해진다. 그 빛 아래에는 누군가가 서있다. 머리가 나비로 되어 있는 이것은 가슴에서 솟아난 팔로 전자단말기를 쥐고 있다. 삐비비빅- 환상체의 손에 들린 단말기에 알림음이 들린다. '한달 전에 봤던 대형 회사의 면접 결과가 오늘 나왔거든요' '이 거리에 있는 모두가 시험과 면접을 준비하고 있어요' '모든 것을 건 채로 결과만을 기다리다 탈락을 듣게 되면 멀리 사라져요.' '그래서 전 머리를 바꿨어요 저는 비록 떨어지더라도 날아가고 싶거든요' '당신이 결과를 대신 봐줄 수 있나요?' 단말기의 액정안에는 면접에 탈락했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어때요 저는 합격했나요?'
'떨어졌군요.' 한 쪽 손에 쥐고 있던 정장 코트가 바닥에 떨어진다. 동시에 다른 손에 든 비닐 봉투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행이에요 사실은, 어렴풋이 그럴 줄 알았거든요' '우리는 죽으면 어디로 갈까요?' '그 끝에, 꽃 한송이 정도는 피어 있을까요?' 그 말을 한 직후 머리의 나비는 하늘 위로 날아갔고 텅 빈 몸은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피 묻은 봉지에서는 쓰러진 몸의 머리였을것이 굴러나왔다. 번데기가 벗어 놓고 간 허물은 무겁기 그지 없다.
'고마워요, 지금 가봐야겠어요, 신입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될거 같거든요' 한 쪽 손에 쥐고 있던 정장 코트를 입으며 말했다. '이건 이제 필요 없겠어요' 그리고 나비는 꽃가루를 옮기기 위해 걸어간다. 그곳이 한줌의 햇빛 정도는 드는 곳이길 바라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