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축축하고 미끈거리는 이곳은 에메랄드 숲이다. 점성이 강해보이는 녹색비가 끈적하게 내리고 있다. 마침 앞에는 큰 풀줄기를 우산 삼아 쓰고 있는 누군가 보인다. '이런, 이 비는 안 맞는게 좋을 텐데요' '자자 다들 여기 이 우산 안으로 들어오세요' '이 비를 다 맞았다가는 머리부터 녹아내려 버릴지도 모른답니다'
'어때요, 비를 맞지 않으니 너무나 아늑하죠?' '이 빌어먹을 비만 내리면 먹을게 없어지지 뭡니까' '여러분만큼은 맛이 유지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 비를 맞으면 녹는게 아니냐구요? 하하하 그럴리가요, 저 비는 오히려 당신들을 치료해주겠죠' '그러면 왜 녹아버린다고 말했냐고요?' '그야 당신들이 이 비를 다 맞아버렸다면... 매끈해진 당신의 겉 피부들을 제 손으로 녹여내 한땀 한땀 벗겨내야 할 테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감사히도… 수고를 덜었군요' 이보다 기쁜 일은 없다는 듯 활짝 웃으면서 그것이 말을 마쳤다. 비는 조금씩 그쳐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