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그것은 뱀, 벌레, 혹은 이루어진 평화의 형상화일 것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철조망과, 그곳에 얽힌 수많은 시체 더미들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통스러워 보이는 모습으로 잔뜩 얽힌 그 살덩이들은, 언젠가의 전쟁에서 스러져간 무장한 자들의 시체일 것이다. 이제는 그것이 하나의 생명체와 같은 모습으로, 연기전쟁이 일어났을 곳을 누비고 있다. 윤형철조망은 너와 나를 구분하는 선이자 격리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녹슬고 피를 머금은 철조망이, 너와 나를 하나로 묶고 쥐어짜 서로 눈과 살을 맞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