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지네와 같은 그것의 몸에는 썩어 문드러진 천이 둘러져 있다. 시체를 염했다가 풀기라도 했는지, 그 천에서는 시체 썩는 냄새가 연신 풍겨나온다. 그것의 온 몸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책자가 매달려 있기도 하다. 자세히 보면, 그것은 기도서이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기도하는 걸까.
무엇을 믿느냐는 말을 듣자, 그것은 갑작스레 고개를 떨군다. 땅을 가리키려고 하는 것일까 생각하는 찰나, 이윽고 몸을 부들거리더니 무수한 다리를 일제히 떨어댄다. "저건... 화가 난 것 같소만."순간, 그것은 지면을 박차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믿음은 그저 믿음으로서 작용할 뿐. 그 실체를 묻는 것... 의문을 품는 것은 안되는 일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