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이 꽃은 한때 작고 아름다울 한송이 장미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피를 머금어 잔혹한 냄새를 풍긴다. 피를 마시고 거대해진 장미는, 어느 샘물로 부터 넘쳐 흐른 피를 마셨다. 그저 하염없이. 흘러오는 피를 여러 갈래로 갈라진 자신의 뿌리로 게걸스럽게 마시고 있다.
샘물의 입구를 막아 넘치는 피를 흐르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그것은 장미에겐 억울한 일이다. 장미가 그 샘물의 피를 넘치게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장미는 피를 좋아하여 그 곳에 싹튼 것 뿐이다. 좋아하던 것이 사라졌으니, 그것은 이제 우리의 피를 원할 것이다.
샘물을 부수자 어느 누군가의 피였을 것이 폭포처럼 흘러 넘쳐 장미에게 흐른다. 장미는 기쁨에 겨워하는듯 뿌리를 철썩이고 그위에 드러누우려한다. 그렇게 장미는 핏속에 몸을 맡겨 고개를 떨구었고 가라앉았다. 가라앉은 그 중심에, 자그마한 꽃이 또 하나 피어난 것을 보았다. 이것은 보답이라는 것일까. 조심히 그것을 주워들었다.
샘물에 가득 찬 피는 누구의, 아니 어떤 것의 피일까. 어디서 왔는지 모를 피 대신, 수감자들의 피를 먹여보기로 했다. 이미 피를 잔뜩 머금었음에도, 장미는 잎을 뻗어 우리가 준 피를 갈망한다. 수감자들의 피를 마신 장미의 아래로 자그마한 꽃이 또 하나 피어난다. 피를 내어준 우리를 향한 선물일까. 조심히 꽃을 주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