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그것은 묵묵히 무거운 것을 옮긴다. 옮기는 횟수가 늘어가는 만큼, 진공관의 숫자가 갱신되는 것 같다. 기계는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무슨 일이라도 시켜봐야만 할 것 같다.
작동은 하지만 목적 없이 서 있는 기계는 존재를 잃기 마련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삼은 기계는 하지 않는 것을 하게 된다. 요란한 끓는 소리와 함께 몸체가 달궈지며 뜨거운 증기를 내뿜는다. 위험한 색으로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보고, 서둘러 방에서 빠져 나왔다.
짐을 옮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진공관의 숫자가 빠르게 오르고, 내뿜는 증기가 자욱해진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기계는 모든 짐을 옮겼다. 옮길 것이 없어지자, 기계는 우리를 옮기려는 듯 다가온다. 수감자 한 명이 우리는 짐이 아니라 외쳐봤지만, 소용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