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하얗지만 어두운 꽃들의 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의 하늘은 붉고 바람은 스산하다. 꽃밭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꽃 하나가 하늘하늘 움직인다. 마치 멀리서 누군가 손짓하는 것만 같다.
그리운 마음에 멀리서 손을 흔든다. 모든 꽃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며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를 바라보는 것만 같던 붉은 꽃잎은, 이윽고 우리를 덮쳤다. 마치 어중간한 마음으로 나에게 손을 내밀지 말라는 듯이.
시선을 돌리고 가던 길을 마저 나아간다. 그러자 거대한 꽃이 자신을 보라는 듯 더욱 격하게 흔들린다. 그 모습이 어딘가 불온하고 섬뜩하다. 눈길을 주는 수감자들을 챙겨 빠르게 꽃밭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