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쓰레기장 골목길. 비가 그친지 얼마 안 되어 꿉꿉하고 불쾌하다. 그 골목에는 낡고 찢겨진 우산들이 모여있다. 우산들이 들썩인다. 자세히보니, 우산 속에 덩치가 큰 여우가 있다. 우산은 여우의 등에 녹슨 쇠를 뿌리내렸다.
등에 뿌리내린 우산이 여우를 아프게 하는 것 같다. 힘을 주어 뽑으니, 여우의 살갗이 함께 딸려 나왔다. 여우는 날카로운 음성과 함께 우리를 노려보았다. 그러고서는 입에 물고 있는 우산으로 힘껏 후려쳤다. 이해보다 해결을 추구하는 마음을 끊어내듯.
해질 대로 해져서, 비 한 방울 막아주지 못하는 우산이 쌓여있다. 왜 여우가 우산에 파묻혀 지냈는지 알 수 없지만, 모두 치우면 여우도 다른 장소로 가지 않을까. 여우는 낡고 해진 우산이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듯 입에 물고 가져가지 말라는 듯 캥캥거린다. 무엇을 해야할까. 깊은 고민 끝에 여우에게 물릴 각오로 해진 우산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