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붉은 방안에 종소리가 이따금씩 울려 퍼진다. 그 소리는 낮고 가라앉는 울림이다. 불상은 무언가를 외고 있다. 무엇을 읊고 있는지는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기쁨이 아닌 것을 중얼거리고 있음을 알 것만 같다. 불상의 손가락은 놋쇠로 된 고리를 쥐고 있다.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한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말하는 것은 생각이다. 생각을 말로 토해냄으로 자신을 비운다. 그 무엇도 자신에 남아있지 않도록. 그것이 불상이 찾아낸 자신을 잊는 방법이다. 어느새 나 또한 사라져간다. ---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한다.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더욱 집중한다. 이것은 스스로의 생각을 설법한다. 생각을 말해내는 것으로 자신을 비워내려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주워섬긴다. 비워낸 것을 받아들여, 채워나간다. 그것은 자신을 잊었으나, 나는 자신을 자각한다.
장엄한 불상 앞에 동전을 올렸다. 끝없던 읊조림이 멎자, 방안에 종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려퍼진다. 비워내던 것에 세속된 것이 닿아서일까? 설법이 멈춘 자리에, 불상에 홀린 것들이 몰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