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구석구석 못이 박혀 아파하는 곰 인형이다. 못 사이에 잔뜩 번진 핏자국으로 고통받아온 나날들을 짐작할 수 있다. 눈으로 추정되는 구멍은 말라붙은 핏자국과 함께 텅 비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무를 다하려는 듯, 안아 줄 것처럼 팔을 벌리고 서 있다.
반창고를 주머니에서 꺼내 가슴의 구멍에 붙였다. 피가 천천히 배어 나와 반창고를 적셨다. 아직 그 상처가 많이 시려 보인다. 한동안은 떨어질 일이 없게, 반창고를 여러 개 덧붙였다.
못이 잔뜩 박힌 저 곰 인형과 포옹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대신, 수감자들을 한 번씩 안아주며 반응을 살피기로 했다. 수감자들 대부분이 어색한 듯 밀쳐냈지만 곰 인형은 부러운 듯 발을 동동 구른다. 결국, 애정을 원했던 걸까? 자신도 안아달라는 듯 우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