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달의기억
아롱거리며 떠다니는 주홍빛 동그라미들이 보인다. 빛들은 휘날리고 흐늘거리며 아지랑이를 만든다. 아지랑이 속에는 무언가 타 죽어간다. 저 불에 닿으면 나도 타버리는 걸까.
아지랑이에 홀린 듯이 손가락을 내밀어 불빛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아른거리는 불은 손가락 위에 살며시 앉는다. 그러자 불이 손가락을 감싸 안았다. 하나의 불은 둘이 되어, 넷이 되어, 여덟이 되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몸을 뒤덮는다.
아쉬움에 손을 뻗을까 고민했지만, 이유 모를 온기는 피하는 편이 나았기에 등을 돌렸다. 한순간 모든 것이 식는 듯 등이 싸늘해졌지만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전부 타버렸을 테니.
홀린 듯이 아지랑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나비를 닮은 아름다운 꽃으로 수놓아진 별천지가 있다. 꽃 하나를 꺾어가려 하니, 수많은 열기가 아지랑이 속에서 흐늘거리며 덮쳐온다.